우리는 일상에서 '업데이트'나 '관리'와 같은 기술 용어로 자신의 상황을 설명한다. 감정, 관계, 심지어 자아마저 효율과 최적화를 중심으로 작동하며, 표현보다 즉각적인 수정이나 억제로 반응하도록 훈련된다. 한병철이 『피로사회』에서 지적하듯, 오늘날의 사회는 외부의 금지가 지배하는 규율사회가 아니라 "할 수 있음"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성과사회이며, 이 안에서 개인은 타인의 강제 없이도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자기 착취의 주체가 된다.
이러한 환경에서 불안, 회피, 자기 검열은 더 이상 내면의 감각이 아니라 사회적 생존 전략이 된다. 감정은 기록되고 분류되며, 상처받지 않기 위한 최적의 방법을 모색한다. 감정이 데이터로 환원되는 순간 그것은 예측 가능해지지만 동시에 생명력을 잃는다. 일상의 작은 실패들은 '버그'로 분류되어 가능한 빠르게 수정해야 할 문제가 된다.
〈Patch Note: Myself〉는 이러한 감정의 파편들이 기록되고 갱신되는 과정을 인터랙티브 게임 형식으로 구성한다. 30개의 스테이지는 한 달간 하루 한 번씩 마주하는 스트레스 상황을 제시한다. 각 스테이지에서 관객은 네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른다. 'Bug Fix(버그 수정)'는 문제를 흔적 없이 삭제하지만 자기 부정의 얼굴을 가진다. 'Hotfix(긴급 수정)'는 하루를 간신히 버티게 해주는 임시 봉합이다. 'Feature(새로운 기능)'는 변화와 관계 회복이 가능한 시도이지만 실패와 충돌을 동반한다. 'Nerf(무력화)'는 자기 검열과 억제를 통해 스스로를 약화시킨다.
30번의 선택은 단일한 결말로 수렴하지 않는다. 같은 선택도 맥락과 경험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작동하기에,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관객은 매 스테이지를 통과하며 업데이트되는 듯한 체험을 하지만, 끝내 도달하는 것은 단일한 엔딩이 아닌 열린 결말이다. 삶은 결코 하나의 패치로 완결되지 않으며, 불확실성과 모순 속에서 끊임없이 다시 쓰이고 갱신된다. 불완전하고 불안한 삶일지라도 서로 지탱하면 단단하게 살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